코스피는 왜 무너졌나 — 검은 화요일의 진범은 이란이 아니라 창신메모리

코스피는 왜 무너졌나 — 검은 화요일의 진범은 이란이 아니라 창신메모리
자, 7월 28일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두 개의 장면을 나란히 놓고 시작할게요. 첫 번째 장면.7월 25일부터 27일까지, 미국과 이란이 사흘 연속 서로에 대한 공습을 멈췄습니다. 미군이 신규 공습을 발표하지 않은 건 2주 만에 처음이었어요(CNN, 7/25). 유가는 바로 반응했습니다. 후티가 사우디 정유시설을 때리면서 7월 22~23일 $100를 뚫었던 브렌트유가 7월 27일 $90 아래로 내려왔고, 7월 28일에는 $82.88(−6.20%)까지 급락했습니다. WTI도 $78.03(−5.55%)이었고요(TradingEconomics, 7/28). 시장이 유가에 얹어뒀던 '전쟁 프리미엄'이 하루 만에 크게 빠진 겁니다. 두 번째 장면. 바로 그날, 7월 28일 화요일. 코스피가 −10.84% 폭락했습니다. 732.09포인트가 하루에 빠지면서 6,023.66으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5,992.91까지 밀리며 6,000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졌어요. 코스피·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주가가 급락할 때 거래를 잠시 멈추는 장치)가 동시에 걸렸는데, 두 시장 동시 발동은 올해 세 번째입니다. 삼성전자가 −13.39%로 22만원, SK하이닉스가 −14.65%로 155만원까지 떨어졌고요. 이 두 장면을 붙여 놓으면 이상하죠. 전쟁이 멈추고 유가가 −6%대로 빠진 바로 그날, 코스피는 올해 손꼽히는 폭락을 맞았습니다. "전쟁 = 폭락"이라는 공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하루예요. 7월 20일 글에서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날 코스피 −4.46%의 1차 주범은 중동이 아니라 반도체였고, 하락을 이란 전쟁 탓으로만 돌리면 잘못된 해석이 된다고요. 7월 28일은 그 이야기가 그대로 실증된 날입니다. 중동이 진정된 날, 시장은 더 크게 무너졌으니까요. 진짜 공포는 다른 곳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글은 사실 확인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이 폭락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진단이 지금 크게 갈려 있거든요. "과매도다"와 "하락장의 초입이다"가 맞서고, 중국 반도체를 두고는 같은 회사의 목표주가가 전문가 사이에 8배나 벌어졌습니다.이 대립 지도를 한 장씩 펼쳐 보는 게 이 글의 이야기예요.
진범은 상하이에 있었습니다 7월 27일 월요일, 상하이 커촹판(중국의 기술주 중심 시장)에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상장했습니다. 결과는 공모가 8.66위안 대비 +465.82%인 49.0위안 마감. 시가총액 약 711조원으로, 상장 첫날에 중국 본토 시총 1위에 올랐어요. 인텔을 넘어서는 규모입니다(한국경제, 7/27). 같은 시기에 중국이 DUV 노광장비(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를 독자 개발했다는 소식까지 나왔고요(조선일보, 7/29). 이게 왜 코스피를 무너뜨렸을까요. 상장으로 12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CXMT가 그 돈으로 D램과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추격 투자하면, 한국 반도체와의 3~4년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번진 겁니다(뉴시스, 7/28). '중국 반도체 굴기'라는, 몇 년째 이름만 듣던 리스크가 시총 1위라는 숫자로 눈앞에 나타난 거예요. 이날 시장이 무엇에 반응했는지, 모닝스타의 위징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기술 발전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자극했다"(연합·이데일리, 7/27~28). 상장 이벤트 자체보다 '장비 기술'을 짚은 거죠.국내에서도 비슷한 결의 진단이 나왔어요. 차영주 와이즈경제연구소장은 미국 반도체주를 흔든 진짜 주범이 CXMT 상장이라기보다 중국의 DUV 노광장비 독자 개발 — 즉 장비 자립 쪽이 더 구조적인 충격이라고 봤습니다(뉴시스·KBS, 7/28). '중국 회사 하나가 커졌다'와 '중국이 장비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무게가 다른 이야기니까요. 공포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7월 27일(현지) 뉴욕에서 엔비디아·AMD·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동반 하락했고, MSCI 세계 반도체 지수는 7월 한 달간 −16%로 2022년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을 기록 중이었어요. 7월 28일에는 일본 닛케이가 −3.95%, 대만 가권이 −4.65% 동반 급락했습니다. 일본 언론 쪽에서는 코스피와 닛케이의 연동이 강해져 한국발 급락이 일본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까지 나왔고요(이데일리·조선비즈, 7/28). 글로벌 반도체 전체가 조정받는 판에, 반도체 비중이 가장 높은 코스피가 가장 크게 맞은 겁니다. 그리고 이란은요? 배경에는 있습니다. 7월 내내 이어진 전쟁과 반도체 고점 논란, 7월 16일 한국은행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는 이미 소진된 상태였어요.연합뉴스(7/28)도 '투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CXMT 상장 소식이 겹쳤다'로 이날을 정리했습니다.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급락 배경으로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논란과 미·이란 갈등 재점화, 미국 금리 상승"을 나란히 열거한 것도 같은 그림이고요(중앙일보, 7/28). 마른 장작(약해진 투심)은 중동과 금리가 쌓았고, 불씨는 상하이에서 날아온 겁니다. 그러니 "중동 탓에 폭락했다"고 쓰면, 이날에 한해서는 사실 왜곡이 됩니다.
116위안과 14.90위안 — 전문가 전망이 8배 갈렸습니다 그럼 이 '중국 반도체 굴기'는 진짜 위협일까요, 과장된 공포일까요. 여기서 이 글에서 제일 흥미로운 숫자 하나를 보여드릴게요. 같은 회사, 창신메모리를 두고 글로벌 기관 두 곳이 내놓은 목표주가입니다.
노무라증권 도니 텅 애널리스트: 116위안. 공모가 8.66위안의 13배가 넘는 수준으로, 2028회계연도 예상 이익에 PER(주가수익비율) 20배를 적용한 매수 의견입니다. 시장에서는 "1등은 시간 문제"라는 파격 전망으로 소개됐어요(이데일리·한국경제, 7/27). 모닝스타 위징제 애널리스트: 14.90위안. 노무라의 8분의 1입니다. 근거는 CXMT가 첨단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쓸 수 없어 고성능 AI 메모리 경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는 이날 매도세에 대해서도 "이번 매도세는 과도한 단기 반응일 가능성이 크며"라고 짚었습니다(더페어뉴스·포인트데일리, 7/27~28).
목표가 8배 괴리. 저는 이 괴리 자체가 이번 폭락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위협이 실재하는지 과장인지, 전문가들조차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는 뜻이거든요. 시장은 답을 모를 때 가장 크게 흔들립니다. 7월 28일의 −10.84%는 '중국이 이겼다'는 판정이 아니라, '아무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매겨진 가격이었던 셈이에요. 양쪽 논거를 같은 무게로 정리해 둘게요. 위협이 실재한다는 쪽(굴기 실재론). 세계 4위 D램 업체가 12조원+의 실탄을 확보했고, 상장 첫날 본토 시총 1위에 오를 만큼 중국 내 자본이 밀어주고 있으며, DUV 장비 자립까지 병행되고 있다는 사실들. 국내 일부 언론도 "비상한 경각심"을 주문했습니다(세계일보 사설, 7/28). 공포가 사실을 앞질렀다는 쪽(과장론). 확인된 사실은 '자금 조달'과 '3~4년 기술 격차'까지지 '추격 완료'가 아니라는 것.EUV 없이는 첨단 AI 메모리 경쟁에 한계가 있다는 위징제의 지적, 그리고 CXMT 주가 자체가 상장 이틀째인 7월 28일 −4.08% 조정을 받았다는 것. 국내 한 리서치센터장도 CXMT 상장이 경쟁 심리를 자극할 수는 있어도 외국인 자금이 국내 반도체주에서 대거 이탈할 만큼의 실질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습니다(중앙일보 인터뷰, 7/28). 하루 만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증발한 시가총액과 나란히 놓으면, "공포가 과도했나"라는 기사 제목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죠(더투데이, 7/28). 어느 쪽이 맞는지 저는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어요. 굴기 실재론이 맞다면 앞으로 CXMT의 추가 투자 공시와 기술 발표가 이어져야 하고, 과장론이 맞다면 실적 시즌을 지나며 한국 반도체의 이익이 공포를 반박해야 합니다. 무엇이 관찰되는지가 판정을 대신할 거예요.
팔린 건 '한국'이 아니라 '포지션'이었습니다 이번엔 이날 하루를 수급(누가 사고팔았나) 쪽에서 해부해 볼게요. 여기에 세 번째 프레임이 있습니다. 하루의 경과 장은 −5.26%인 6,400.27로 출발했습니다. 9시 6분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주문을 잠시 묶는 장치)가 걸렸고, 10시 13분에 서킷브레이커가 코스피·코스닥에 동시 발동됐어요. 코스닥은 −7.72%인 705.85로 마감하며 장중 700선이 무너졌고, 공포지수라 불리는 VKOSPI는 83.43까지 뛰었습니다. 수급은 전형적인 '외국인 투매 + 개인 저가 매수' 구도였어요. 외국인이 4조 9,664억원을 순매도했고(3영업일 연속),개인이 4조 3,306억원을 받아냈습니다. 7월 20일 급락 때는 외국인이 순매수, 기관이 순매도로 구도가 정반대였다는 점도 같이 기억해 두시고요. 같은 '폭락'이라도 파는 주체가 매번 다릅니다.
외국인은 왜 이렇게까지 팔았을까요 "외국인이 5조를 팔았다"만 보면 '한국 탈출'처럼 읽히죠.그런데 그 매도의 구조를 뜯어본 분석이 있습니다. JP모건의 한국 주식전략 헤드 믹소 다스는 — 폭락 전인 7월 21일 시점 분석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둘게요 —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너무 커져 MSCI 신흥시장 지수를 따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입 한도를 초과했고, 이것이 외국인 매도의 기계적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레버리지 상황에 대해서는 "레버리지 ETF 청산은 약 75%, 주식 헤지펀드 디레버리징은 50% 이상 완료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고요(BigGo Finance, 7/21).폭락 당일의 국내 진단도 같은 방향입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 우려도 있지만 수급적인 요인으로 인한 하락이 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봤고(서울경제, 7/28),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급락이 국가 위험이나 달러 유동성 부족보다 반도체·레버리지 포지션 조정에 매도가 집중된 결과일 가능성을 짚었습니다(디지털투데이, 7/28). 숫자도 이 해석을 받쳐줍니다. 두 가지만 볼게요. 하나, 환율입니다. 코스피가 −10.84% 빠진 날,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해서 서울장 마감 기준 1,462.5원(−6.0원), 5월 7일 이후 최저였어요(연합인포맥스, 7/28). 보통 '증시 폭락 = 원화 약세'가 정석인데, 이날은 SK하이닉스 미국 ADR(미국 시장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 관련 대규모 환전과 월말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외국인 매도발 달러 수요를 상쇄했습니다. 달러지수(DXY)도 101.54로 큰 변화가 없었고요(TradingEconomics, 7/28). '한국이라는 나라'가 팔린 날이라면 나오기 어려운 조합이에요. 7월 19일 글에서 다룬 한국은행 인상(2.50→2.75%)의 환율 방어 맥락도 뒤에 있긴 하지만, 이날 환율 하락의 직접 요인은 수급 특수성이라 '금리 인상 덕분'이라고만 말하면 과장입니다. 둘, 빚투 계기판입니다. 7월 19일 글에서 신용거래융자 36.6조원(7/9 기준)을 기준점으로 잡았었죠. 최신 집계로는 32조 6,717억원, 약 4개월 만에 최저입니다(중앙일보, 7/28). 6월 24일~7월 24일 한 달 동안 실제 반대매매(담보 부족으로 강제 청산된 물량)는 9,971억원이었고, 코스피 신용융자는 고점 29.7조에서 25.8조로 내려왔어요. 강제 청산이 아프게 진행된 건 사실이지만, 방향으로 보면 레버리지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되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믹소 다스의 '청산 75% 완료' 추정과 결이 닿는 대목이에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날 팔린 건 '한국'이라기보다 '반도체에 쏠려 있던 포지션'이었다는 게 수급 쪽 진단이에요. 물론 이건 '그러니 안심'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포지션 조정이라도 낙폭은 실제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50%대를 차지하는 쏠림 구조가 그 낙폭을 증폭시켰다는 건 그대로 남는 문제니까요.코스피와 나스닥100의 상관계수가 0.50으로 2021년 이후 최고까지 올라왔다는 집계(한국경제, 7/29)도, 한국 증시가 글로벌 반도체·AI 사이클에 얼마나 단단히 묶여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역대 1위 낙폭'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절반의 사실이에요 이번 폭락을 역사 속에 놓고 보겠습니다. 숫자부터요. 7월 코스피는 28일까지 −28.9%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낙폭입니다(한국일보, 7/28 — 월초 대비 집계). 시가총액은 6월 22일 사상 최대 7,449.6조원에서 약 4,958조원으로, 한 달여 만에 2,000조원 넘게 증발했어요(연합, 7/28). 지수로는 6월 19일 장중 고점 9,385.59 대비 −35.8%입니다. '이달 하락률'은 집계 기준에 따라 다르게 보도되는데 — 7월 1~27일 종가 기준 −20.3%(데일리안), 7/28까지 월간 −28.9%(한국일보), 고점 대비 −35.8%(토큰포스트) — 인용 기사가 어느 기준인지 확인하고 읽으시는 게 좋습니다. 7월 한 달 안에서만 급락이 다섯 번이었어요.
날짜 등락 1차 동인
7/13 (월) −8.95% 중동 — 호르무즈 공방·유가 급등
7/16 (목) −6.37% 한국은행 금리 인상(2.50→2.75%)
7/20 (월) −4.46% 반도체 + 중동 이중 악재
7/24 (금) −5.72% 유가 $100 돌파(후티-사우디 확전)
7/28 (화) −10.84% 중국 CXMT 쇼크 + 글로벌 반도체 투매
중동 → 한은 → 반도체 → 유가 → 중국. 다섯 번의 급락에 다섯 개의 다른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 사이에 7월 23일 +4.40%(알파벳 실적에 7,000선 회복) 같은 급반등도 있었고요. 올해 전체로 넓히면 2월 3일 '블랙 먼데이', 3월 초 미·이란 전쟁발 2거래일 −18.43%도 있었습니다(뉴시스).올해 서킷브레이커는 7회, 사이드카는 66회 발동됐고(헤럴드경제, 7/27), 7월 1~24일 코스피 일중 평균 변동률은 6.23%로 금융위기 수준을 넘었어요. '비상 브레이크의 일상화'라는 표현이 나올 만한 한 해입니다. 이 낙폭을 과거 위기와 비교하는 시도에 대해,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금융위기나 코로나19 때와 비교해도 단기간 낙폭이 너무 커 저점을 숫자로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서울경제, 7/28). 그는 "지금은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도 했고요. 다만 여기서 꼭 병기해야 할 대칭이 하나 있습니다.올해 코스피는 폭락하기 전에, 먼저 이례적으로 폭등했어요. 1월 +23.97%, 2월 +19.52%, 4월 +25.04%(연합). 7월의 −28.9%는, 그 급등이 만들어 놓은 높이에서의 낙폭입니다. 급등이 쌓은 레버리지와 쏠림이 급락의 진폭을 키웠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죠.'역대 1위 낙폭'이라는 숫자만 떼어 공포를 파는 콘텐츠가 많은데, 그 앞에 '역대급 급등'이 있었다는 것까지 봐야 절반이 아닌 전체 그림이 됩니다. 과거 급락 뒤의 경로도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 때처럼 급락 후 빠르게 반등한 경우도 있었고, 2022년처럼 오랜 기간 바닥을 찾은 경우도 있었어요(데일리안, 7/27). 이번이 어느 쪽 경로일지는 지금 시점에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음 절의 대립이 중요해져요.
과매도인가, 하락장의 초입인가 — 전문가들이 갈라선 자리 자, 그래서 지금이 어디쯤이냐. 7월 28일 저녁 기준으로 증권가의 진단은 크게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양쪽을 같은 무게로 놓을게요.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어느 쪽 손도 들지 않을 겁니다. "과매도다 —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다" 쪽 국내 리서치센터장 다수가 이쪽에 서 있습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지난해 이후 평균인 1.3~1.4배를 하단으로 설정하면 코스피 6,000포인트는 최저점 수준" 그리고 "최근 시장 변동성은 메모리 업황과 AI 투자 기대를 재조정하는 성격인 만큼 실적 시즌을 통과하며 유의미한 반등이 나타날 것"(한국일보·머니투데이, 7/28). 외국인 매도에 대해서도 "과거 외국인 투자자는 반도체 이익 증가 사이클에 순매도로 대응했다"며 "현재 코스피 반도체 업종 내 외국인 지분율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고 덧붙였어요.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코스피 6,000선 아래는 "극단적 저평가 구간"이라며, "반도체 업황 회복과 국내 수급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전 고점인 9300선까지 반등할 수 있다"(토큰포스트·중앙일보, 7/28).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기술 지표상 과매도 신호가 뚜렷하다고 봤고,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7년까지 이익의 급격한 하향 조정이 없다면 현 수준은 저평가 구간이라고 진단했습니다(연합 긴급설문 계열, 7/28). 해외에서도 — 역시 7월 21일, 폭락 전 시점의 분석입니다만 — 모건스탠리는 이 급락을 펀더멘털 악화가 아닌 수급 불균형으로 보고 기본 시나리오 코스피 9,000선 회복(약세 시나리오 6,000선)을, JP모건은 한국 주식 '비중확대' 의견과 12개월 목표 12,500선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BigGo Finance). 숫자 근거로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 5.7배(7/24 기준)라는 역사적 저평가 수치도 있고요(아시아경제).
"하락장의 초입일 수 있다 — 신중하라" 쪽 반대편도 실명으로 실재합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 "수익 실현 후 현금 확보 필요" — 방어적 대응을 권고하며, 1차 지지선으로 5,000선이 거론되는 논의에 섰습니다(연합인포맥스, 7/28.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등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이며 전고점 회복은 어렵다는 요지의 신중론을 냈습니다(파이낸셜뉴스, 7/28). 해외의 회의론은 AI 사이클 자체를 겨눕니다. 헤베 첸 밴티지글로벌프라임 선임 애널리스트: "지출, 투자 수익률, 밸류에이션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기는커녕 계속 커지고 있다". 비올레타 토도로바 레버리지셰어스 선임 애널리스트: "하나의 거래가 이처럼 과밀해지면 투자자들은 악재를 기다리지 않는다"(블로터, 7/28). 딜린 우 페퍼스톤그룹 전략가는 신용시장이 주식시장이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는 신호를 짚었고요. 정황 근거로는 MSCI 세계 반도체 지수의 월간 −16%(2022년 이후 최악), 엔비디아발 자금이 생태계 안에서 돌고 도는 'AI 순환금융' 논란 같은 것들이 이쪽 진영의 발밑에 깔려 있습니다.
이 대립을 읽는 법 두 진영은 같은 숫자를 보고 다른 결론을 냅니다.PBR·PER가 역사적 저점이라는 건 양쪽 다 동의해요. 과매도론은 그걸 '싸다'로 읽고, 신중론은 '싸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로 읽는 거죠. 이럴 때 제가 쓰는 방법은 승자를 미리 정하는 게 아니라, 각 진영이 맞다면 앞으로 무엇이 관찰되어야 하는지를 적어두는 겁니다.
과매도론이 맞다면 — 이번 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이 이익 수준을 확인해 주고, 실적 시즌을 지나며 외국인 순매도가 잦아들어야 합니다. 신중론이 맞다면 — 실적이 확인돼도 반등이 짧게 끝나고, AI 투자 축소 신호나 신용시장의 경고가 이어져야 합니다.
어느 쪽 증거가 쌓이는지 지켜보면, 전문가 말싸움의 승패를 제가 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럼 중동은 끝난 이야기냐면, 그건 아니에요 균형을 위해 이란 쪽 상황도 정확히 적어둘게요.7월 20일 글의 시나리오 점검이기도 합니다. 그 글에서 기본 시나리오로 뒀던 'B. 제한적 충돌 + 협상 병행(50%)'이 대체로 실현되는 흐름이에요. 미·이란 본전선은 7월 25일부터 상호 공습이 멈췄고, 외교 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보도됐습니다(워싱턴포스트, 7/26). 유가도 시나리오대로 전쟁 프리미엄을 되돌렸고요 — $100 위에서 $82.88까지요. 다만 예상과 달랐던 건 전선의 '수평 확산'입니다. 후티가 사우디 아람코 지잔 정유시설과 얀부를 타격하고 사우디가 보복하는 새 전선이 열렸어요(알자지라, 7/26). 7월 22~23일 유가가 $100를 뚫고 7월 24일 코스피가 −5.72% 빠진 직접 원인이 이거였습니다. 본전선은 멈췄는데 지선은 확전 중인, 비대칭 국면이에요. 그리고 하나 더. 이란은 "현재 미국과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CNN, 7/27). 지금의 공습 중단은 pause(일시 멈춤)지 휴전 합의가 아니에요. 재점화 리스크는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이 와중에 금은 $4,074.56(7/27)으로 사상 최고 부근을 유지하고 있어요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보험 수요가 다 걷힌 건 아니라는 신호로 저는 읽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의 논지는 "중동은 안심해도 된다"가 아니라, "7월 28일 폭락의 방아쇠는 중동이 아니었다"까지입니다. 이 둘은 다른 문장이에요. 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세요? 정리할게요. 전쟁이 멈추고 유가가 −6% 빠진 날, 코스피는 −10.84% 무너졌습니다. 방아쇠는 이란이 아니라 상하이의 창신메모리였고, 그 위협의 크기를 두고는 전문가 목표가가 8배(116위안 vs 14.90위안) 갈릴 만큼 아무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예요. 수급으로는 '한국 탈출'보다 '반도체 포지션 조정'의 얼굴이었고(환율 하락·디레버리징 진행), 역사로 보면 역대 1위 월간 낙폭이지만 그 앞에 역대급 급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증권가는 과매도론과 신중론으로 갈라져 있고요. 시점 변수도 하나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 발표(한국시각 7/30 새벽)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이 겹치는 주간이에요. 황승택 센터장은 FOMC 불확실성 완화와 반도체 실적 확인을 반등의 선결 조건으로 꼽았고(한국경제TV, 7/28),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 조합을 이번 주의 분수령으로 짚었습니다(이투데이, 7/27). 금리 쪽은 시장이 동결에 무게를 두지만, 7월 인상 확률이 37.9%까지 올라왔다는 집계 언급도 있어(황승택, CME 페드워치 기준 — FOMC 직전 수치라 변동 가능) 결과 전까지는 열려 있는 변수입니다. 그래서 저는 예측 대신 관찰 목록 네 개를 켜두려고 해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 이익 '수준'이 유지되는가(믹소 다스가 짚은 그 기준으로). FOMC 결과(7/30 새벽)와 그 뒤 환율 — 1,470원 아래에 머무는가. CXMT 주가와 후속 뉴스 — 공포가 사실(추가 투자·기술 발표)로 이어지는가, 심리로 그치는가. 신용융자 잔고 — 32.7조에서 더 내려가며 디레버리징이 마무리되어 가는가.
이 네 개가 과매도론과 신중론 중 어느 쪽에 증거를 쌓아주는지를 보면, 다음 국면이 읽힐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볼게요. 7월 28일 폭락 뉴스를 보셨을 때, 여러분의 첫 생각은 '전쟁 때문'이었나요, '중국 반도체 때문'이었나요? 그 첫 반응이 어디를 향했는지가, 다음 급락 때 내가 어느 뉴스를 새로고침하고 있을지를 정합니다. 공포가 아니라 계기판으로요. 여러분은 이 하루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댓글로 같이 얘기 나눠요.
이 글은 정보·교육 목적이며 투자 권유나 매매·환전 신호가 아닙니다. 주가·유가·환율 방향에 대한 단정적 예측을 제공하지 않으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인용된 전문가 전망·목표주가·지수 전망은 모두 각 발언자와 소속 기관의 견해이며 실현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정 국가·진영을 옹호하거나 규탄하지 않으며 시장·거시 영향에만 초점을 둡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강사 이력 표기는 [발행 시 확인].)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
뉴스레터
최신 차트 분석 팁과 교육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하면 마케팅 정보 수신과 이메일 수집에 동의하게 됩니다. 언제든 해지할 수 있어요.
